갑작스럽게 법원으로부터 서류를 받으시고 무척 당황스럽고 억울하실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특히 경찰이 출동하거나 체포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충격이 크셨을 것 같습니다.
미국(특히 캘리포니아 주)의 가정폭력 관련 법과 접근금지명령(Restraining Order) 제도를 바탕으로, 질문하신 내용에 대해 하나씩 명확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경찰 신고나 체포가 없었는데도 임시 접근금지명령이 나올 수 있나요?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많은 분이 경찰이 출동해 체포되어야만 접근금지명령이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접근금지명령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신청됩니다.
1) 형사 경로: 경찰이 출동해 가해자를 체포한 후, 검사나 경찰의 요청으로 발령되는 경우
2) 민사 경로: 당사자(아내)가 경찰을 거치지 않고 직접 민사 법원에 '가정폭력 접근금지명령(DVRO)'을 신청하는 경우
이번 케이스는 후자인 '민사 신청'에 해당합니다.
아내가 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판사는 정식 재판(Hearing)이 열리기 전까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아내의 진술서(Declaration)만 보고 임시 접근금지명령(Temporary Restraining Order; TRO)을 먼저 발령합니다. 신체적 폭행이 없었더라도, 상대방의 이동을 막거나(감금 주장) 전화를 빼앗는 행위(신고 방해) 등은 법원에서 위협적인 행동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지금 당장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지금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대처하시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다음 사항들을 철저하게 지키셔야 합니다.
1) 명령(TRO) 절대 준수 (가장 중요):
억울하시더라도 법원이 내린 임시 접근금지명령의 내용을 100% 따르셔야 합니다. 아내에게 전화를 하거나, 문자, 이메일, 카카오톡을 보내는 것은 물론, 제3자를 통해 말을 전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이를 위반하면 그 자체로 형사 처벌(체포 및 구속) 대상이 되며, 향후 이혼 소송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됩니다.
2) 아이들과의 연락 및 집 들어가기:
서류에 아이들도 보호 대상(Protected Person)으로 지정되어 있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포함되어 있다면 아이들에게도 절대 연락하시면 안 됩니다. 집에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3) 개인 짐(소지품) 가져오기:
무단으로 집에 들어가면 안 되며, 보통 접근금지 서류에 '경찰 동행 하에 일시 방문하여 필수 소지품을 챙길 수 있다(Property Retrieval)'는 조항이 있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없다면 변호사를 통해 법원에 요청해야 합니다
4) 정식 재판(Hearing) 날짜 확인:
송달받은 서류에 판사 앞에 출두해야 하는 재판 날짜(Hearing Date)가 적혀 있을 것입니다. 통상 신청 후 2~3주 내로 잡힙니다. 이 날짜를 절대 놓치시면 안 됩니다.
3.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내용은 어떻게 반박해야 하나요?
임시 명령(TRO)은 아내의 일방적인 주장만 보고 나온 것이지만, 곧 열릴 정식 재판(Hearing)은 질문자님의 반론을 듣는 자리입니다. 여기서 제대로 반박해야 정식 접근금지명령(보통 1~5년 기간)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1) 답변서(Response) 작성 및 제출:
법원 양식인 DV-120 (Response to Request for Domestic Violence Restraining Order)을 작성하여 정식 재판일 전에 법원에 제출(File)하고 아내 측에 송달(Serve)해야 합니다.
2)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진술:
"그런 적 없다"라는 감정적 호소보다는, 당시 상황을 시간 순서대로 차분하게 기술해야 합니다.
예시: "나가지 못하게 감금한 것이 아니라 대화를 시도했던 점, 핸드폰을 빼앗아 부수거나 숨긴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잡았다가 바로 놓아준 점, 신체적 폭행이나 물리적 위협은 전혀 없었던 점"을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3) 증거 수집:
말다툼 당시의 녹음 파일, 평소 아내와 주고받았던 문자 메시지 내용 중 질문자님이 폭력적이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 혹은 사건 직후 아내의 태도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다면 모두 증거로 제출해야 합니다.
4. 이 사건이 앞으로 이혼이나 양육권에 불리하게 작용하나요?
네, 정식 접근금지명령이 통과되면 매우 불리해집니다.
캘리포니아 패밀리 코드(Family Code 3044)에 따르면, 최근 5년 내에 가정폭력 가해자로 판명되어 접근금지명령이 내려진 부모에게는 자녀의 공동 양육권(Joint Custody)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강력한 법적 추정(Presumption)이 작용합니다. 또한 이혼 시 위자료(Spousal Support) 청구 등에서도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이번 임시 명령이 정식 명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반드시 법정에서 방어해 내야 합니다.
핵심 조언 및 추천 행동
전문 변호사님과 동행하시기 바라니다.
이 사안은 단순한 말다툼의 해명을 넘어, 향후 이혼, 재산 분할,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양육권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됩니다. 억울한 마음에 혼자 법정에 가셨다가 법률 용어나 절차 미숙으로 아내 측 주장이 그대로 인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즉시 가정법(Family Law) 전문 변호사나 접근금지명령 방어 경험이 풍부한 법률 전문가를 만나 서류를 보여주시고, 답변서 작성 및 재판 변론 준비를 시작하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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