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설사증세가 있으면서 발열이 있거나 구토증상을 동반한다면 흔히 음식물에 체해서 발생하는 설사가 아닌 바이러스나 세균감염에 의한 장염일 가능성이 높다. 발열과 함께 뿜는 구토를 하면서 물 같은 설사를 ‘쫙쫙’ 해대거나 코가 섞인 듯 끈적끈적한 변을 보는 증상이 2~3일 동안 계속되면 마치 큰 일이 날 것처럼 무서운 경우가 많다.
세균성 장염은 여름철에서 가을철로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많이 발생하는데 바이러스성일 경우는 초가을이나 심지어 겨울철에도 발생해 응급실에 실려가 수액을 맞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평소에 배가 자주 아프다고 하거나 방귀 냄새가 독하거나 밥을 먹으면 바로 화장실에 달려가는 등 장이 약한 징후가 있는 아이들은 이 시기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찬 음식, 뜨거운 음식, 기름진 음식, 자극적인 음식이 최대의 적이다.
가리고 가렸는데도 불구하고 장염증상이 나타난다면 우선은 잘 굶기는 것이 최선이다. 하루 이틀 잘만 굶기면 회복하는 시간이 빨라지면서 체중손실 없이 한 고비를 넘길 수 있다. 탈수를 막는다고 흔히 먹이는 게토레이 같은 이온음료는 먹이지 않느니만 못하다. 전해질이 상대적으로 적고 포도당, 과당 종류의 비율이 높아 설사하는 아이들 장점막에서 흡수되기가 쉽지 않다. 시중에 나와있는 ‘Pedialyte’가 그 나마 가장 좋다.
집에서는 손쉽게 쌀죽이나 미음을 쑤어서 윗물만 3~4시간마다 주어도 삼투성 설사를 멈추게 할 수 있고 열량도 전해질용액보다 2~4배 높아 효과적인 설사약이 된다.
집에서 탈수를 막는다고 하더라도 설사가 멈추지 않고 계속 열이 나면서 하루에 세 번 이하로 소변을 보거나 돌 전 아이의 경우 기저귀를 세 개 이하로 갈게 되면 아이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탈수증상으로 의식이 혼미해질 수 있으니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한다.
병원에 다녀와서도 반복적으로 설사를 하는 기미가 보이면 장이 벌써 무력해진 것인데 이런 아이들은 설사를 어느 정도 하다가 도리어 변비로 증상이 옮겨가기도 한다. 장이 무력해지면서 변을 장안에 자꾸 쌓아놓고 내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니 장염을 앓고 난 이후의 조리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설사가 멈추기 전까지는 음식을 가리면서 쌀미음을 수시로 마시게 한다. 쌀미음은 위장에 온기를 주면서 편안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장과 위가 무력해졌을 때 정수기 물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아이에게 도움을 준다.
장염에 특효약은 없지만 ‘엄마 손은 약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엄마의 손바닥을 마찰시킨 뒤 수시로 등을 아래에서 위로 문질러 주거나 배에 오일을 발라서 배꼽을 중심으로 시계반대방향으로 마사지해주는 것을 2~3일정도 연속으로 해주면 장염을 물러가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