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지원서에는 일을 한 경력(Work experience)을 쓰는 란이 있다. 일 경력사항을 적는 란도 공통지원서(Common App.)에는 4개, 유니버셜 지원서(Universal College App.)에는 5개나 된다. (참고로 유니버셜 지원서는 공통지원서와 경쟁관계에 있는 입학원서 양식의 하나로, 현재 하버드·유펜·듀크 등 80여개 대학이 이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의 일 경력이란 돈을 받고 노동을 하는 유급 근로(Paid Job)를 말한다. 무급 인턴십이나 무급 자원봉사 등은 당연히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지원자들은 그동안 고교시절 일 경력에 대해 아무 생각을 안하고 있다가 막바지 원서를 쓰면서 낭패감을 맛보게 된다.
원서 작성을 앞둔 11학년 학부모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우리 애는 단 하루도 돈버는 일을 해본 적이 없는데…. 혹시 대학진학에 불리한 건 아닌가요? 학교 공부에다 SAT·AP시험공부·자원봉사·특별활동 등 학생들이 할 것이 많은데 언제 일할 시간이 있다고 이런 것까지 쓰라고 하나요?”
당연한 푸념이다. 대졸자들도 직장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판에 하물며 고교생들이 유급 일자리를 갖는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그렇다고 빈칸으로만 남겨 두기에도 웬지 찝찝하다.
미국 대학들은 왜 굳이 학생들이 돈을 받고 일을 해 보았는지 확인해 보려는 걸까. 바로 학생의 성숙도를 가늠해 보기 위해서다. 청소년들이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현장을 체험해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대단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학생들이 일을 해보게 되면 우선 맡은 일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배운다.
돈 받고 하는 일인만큼 책임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또 윗사람의 명령에 따르는 법이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는 법 등을 터득하게 된다. 이런 경험은 학생들을 한층 성숙하게 만든다. 대학들은 바로 이점에 착안, 지원서에 Work experience를 기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 학생들은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좋을까. 아무 일이나 무작정 해도 괜찮은 걸까. 전문가들은 일을 찾아 나서기 전 깊이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아무 일이나 마구잡이로 할 것이 아니라 미래 자신의 전공과 연관지어서 하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저널리즘을 전공하려는 학생은 지방 신문사 등을 노크해보고, 과학도가 되려는 학생은 생명공학업체 연구실 등에서 일을 해본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올해 일찌감치 치대 예과 과정에 들어간 김모군(페어팩스)의 경우 지난 11학년 방학때 동네 치과병원에서 일을 도운 경력이 있어 합격장을 받은 것과 같은 이치다.
학생들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직접 창업을 해보는 것도 좋다. 자기 비지니스를 했다는 것은 학생이 리더십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차 닦는 일, 집집마다 다니며 문에 게시물을 전달하는 일, 비디오를 찍어 편집해주는 일, 방학을 맞아 어린 학생들을 돌봐주거나 튜터링 해주는 일, Ebay 비즈니스 등으로 돈을 번 학생 등을 참조해 볼만 하다.
그렇다고 동네 베이글 숍에서 일하는 것이 전혀 가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입학사정관들은 일을 통해 학생이 무엇을 배웠고 얼마나 성숙해졌는지 알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 단순히 돈 버는 일을 많이 했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다. 일자리를 찾다가 느낀 점이나 인상 깊었던 기억들을 대학진학 에세이에 녹여 표현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여기서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일자리를 찾는 것 못지않게 학교성적(GPA) 관리가 기본이 돼야 한다는 사실이다(Balancing Work and Grades). 성적은 자꾸 떨어지는데 특별활동만 열심히 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 만큼이나 ‘학생답지 않은’ 스펙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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