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잘 읽어봤습니다. 질문자 분이 A 입장인지 B 입장인지 정확히 적혀 있지 않아서, 양쪽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설명드릴게요.
먼저 양육권부터 말씀드리면, 지금 구조는 아이가 태어난 이후 계속 한국에서 B가 혼자 키우고 있고, A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하면서 실질적인 양육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나중에 A가 “내가 아버지니까 데려오겠다”라고 주장하더라도, 한국이든 미국이든 법원에서 바로 양육권을 넘겨 주기는 어렵습니다. 법원은 아이가 누구와 살면서 안정적으로 지내왔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현재 주 양육자인 B 쪽이 양육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B라면 “양육권을 통째로 빼앗길까”를 과도하게 걱정하실 상황은 아니고, 질문자가 A라면 현실적으로는 양육권보다는 면접교섭권, 방문권을 넓혀 가는 방향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양육비 부분에서 중요한 건 A의 재정 상태입니다. 질문에 적어주신 것처럼 A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대표로 회사가 투자받은 금액만 한화 800억이 넘고, 베이지역에 집까지 소유하고 있다면, 법원에서도 분명히 상당한 경제력을 가진 부모로 봅니다. 이런 배경이 입증되면 일반적인 사건보다 훨씬 높은 양육비가 인정될 수 있고, 한화 기준으로 월 수백만 원을 넘는 고액 양육비도 충분히 주장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회사가 투자받은 800억 전체가 A 개인 돈은 아니고, 실제로 A가 세전 소득으로 얼마를 가져가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또 법원은 “아이 양육에 필요한 범위”를 기본으로 보기 때문에, 월 1천만 원이나 서울 아파트 한 채를 그대로 판결로 강제해 주는 그림을 전제로 하시면 실망하실 수 있습니다. 고액 양육비 청구는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액수는 A의 소득 자료를 토대로 계산해야 하고, 아파트는 법원이 강제로 넘겨주게 하기보다는 협상 과정에서 A가 자발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옵션 정도로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A가 혼외자 존재를 숨기고 싶어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어디까지 가능한지가 중요합니다. 두 사람이 변호사를 통해 합의서를 작성하고, A는 일정 금액을 정기적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하면서, B는 소송 제기를 자제하고 대외적으로 아이와 A의 관계를 알리지 않겠다는 비밀유지 약정을 두는 것은 가능합니다. 다만 그 합의로 아이의 권리까지 완전히 없애 버릴 수는 없습니다. 나중에 사정이 바뀌어서 B가 법원에 양육비를 청구하거나, 아이가 커서 친부를 상대로 추가 청구를 하는 경우, 예전의 “양육비 포기” 조항이 그대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조용히 합의하고 비밀을 지키는 계약은 분쟁을 줄이는 수단일 수는 있지만, A 입장에서 평생 100퍼센트 방탄이 되는 장치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알고 계셔야 합니다.
어느 나라에서 소송하는 것이 유리한지에 대해서는,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이는 한국에 살고 있으니, 양육권과 양육 환경 문제는 한국 법원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이 부분은 B에게 유리합니다. 반대로 “얼마나 많이, 그리고 실제로 돈을 받아낼 수 있느냐”까지 고려하면, A의 거주지이자 소득이 발생하는 곳이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이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에서 친자 확인과 양육비를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집행력 면에서는 더 강합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아이 나이, 출생신고 상태, A의 실제 소득 구조를 모두 보고 나서 한국 쪽 절차와 미국 쪽 절차를 어떻게 조합할지 전략을 짜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주어진 사실관계를 전제로, 캘리포니아 변호사 입장에서 정리해 드릴 수 있는 핵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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