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란 단어를 국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혼인하여 남자의 짝이 된 여자” 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하긴 합니다만 “아내”란 말은 원래 “안에 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고 쓰여진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정감이 느껴지는우리말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이십 년을 함께 살아온 그분께서 이제는 이혼을 원한다고 하시니 상당히 당황스러우시겠네요. 한국에선 요즘 황혼이혼이 급증하고 있다고 하던데, 미국에 사는 한인들 사이에도 비슷한 추세가 보이네요. 황혼이혼은 주로 여성분들이 주도하는데, 남자 입장에선 이제까지 잘 살아왔는데 느닷없이 닥쳐든 경우가 많다고 하는군요. 남자는 소위 “낌새”조차 못 느끼다가 갑자기 이혼을 요구받고는 하는데, 가족을 한 국가로 본다면 쿠데타가 일어나는 것이죠. 이제까지는 남자가 집안의 가장으로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지고 집안을 “다스려” 왔는데, 하극상이 일어난 것이죠.
황혼 이혼을 요구하는 여성분들의 이야기는 서로 엇비슷한 면이 있는데, 그것은 이제까지 억눌려 살아왔는데, 이제는 자식들도 성인이 되었으니 당신은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부부라는 관계를 맺으면서 상실했던 자유를 이제는 되찾고 싶다는 것이지요. 남자가 볼 땐 쿠데타로 보일 수 있으나, 여자의 입장에선 너무나 당연한 자기 권리 찾기가 되는 것이지요. 오랫동안 “참기로” 일관해 온 그녀의 비장의 한 수가 바로 황혼 이혼입니다.
오랫동안 곪아온 문제들을 대화로 풀 수 있을까 하는 점에 있어선 낙관적일 수 없습니다. 남자가 무릎을 끓고 미안하다고, 앞으로 상대를 인정하며 성심껏 대하겠다고 하면 이야기가 좀 풀릴지는 모르겠으나, 이혼 이야기가 나올 정도면 모든 것이 이미 늦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미국에서의 모든 이혼은 소송을 통해 진행됩니다. 차별이 있다면 합의 이혼이 있고, 일방 이혼 ("분쟁 이혼")이 있겠습니다. 일방 이혼을 하는 경우, 판사 앞에서 재판을 받게되고, 재판을 통해 재산분할과 배우자보조금 문제가 다루어 지겠습니다.
부인께서 “안에만” 계시고, 바깥 일은 남편이 다 했다고 해도 부부 공동 재산의 반은 부인에게 권리가 있습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이혼이라면 조금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분이 원하시는 데로 해주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어차피 재판으로 간다면 남자에게 유리하게 끝나기는 힘듭니다. 갈라서는 마당에 마지막 배려라고나 할까요.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