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철不知)라는 말이 있습니다. 철을 알지 못한다는 말인데, 가을에서 겨울로 철이 바뀌어도 철이 지난줄 모르고 지내다 감기 걸리기 딱 좋은 사람을 뜻합니다. 우리가 어릴 때는 철을 모르기에 부모가 옷을 따뜻하게 입혀주곤 하지요. 부모의 돌보심이 없었다면 우리는 자라면서 고생이 심했겠지요. 우리가 철부지였을 땐 주위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철을 모르면 모자라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사회생활에 제대로 적응도 못하고. 결혼은 예로부터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 해서 무척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이제는 시대가 변해 예전만큼 결혼을 중시하지는 않습니다만, 여전히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결혼이란 그 사람 인생의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이토록 중요한 결혼을 쉽게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히 철부지입니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생각이 자라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질문하신 분에겐 축하를 드려야 하는지 위로를 드려야 하는지 모르겠군요. 철부지와 함께 나머지 삶도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한다면 무척 어려운 길이 될 것인데,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헤어지자고 하니 어찌보면 꼭 나쁜 일 만은 아닌듯하군요. 물론 부부가 되어 좋든 나쁘든 함께 해로할 수만 있다면 더욱 좋겠으나, 굳이 헤어져야 한다면 젊었을 때, 자식이 없었을 때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지요.
이혼 소송 중에도 약혼은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 약혼이란 어떠한 법적인 의미도 가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약혼을 했다 파혼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도 없고, 약혼을 했다고 다 결혼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송 중에 약혼을 하는 경우 이혼 소송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파경의 원인 제공을 했다고 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철을 아는, 성숙한 사람이라면 최소한 이혼 판결이 날 때까지는 기다렸다 약혼을 할 테인데, 상대방은 그 것 조차 기다릴 수 없는 분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