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남편의 외도
지역California
아이디d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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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8/16/2011 1:37:21 PM
질문 : 주말 부부로 지내다 남편이 외도했다는 사실을 알고 상처를 입었습니다. 당시 임신한 상태여서 그 사실을 알고 우울증까지 생겼는데, 지금은 증세가 많이 나아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편이 무섭고 낯설게 느껴집니다. 남편 또한 가정에 충실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마음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남편과 가정에서 잘 지내고 싶은 마음’과‘나에게 어떻게... 한 사람인데’하는 두 마음 사이에서 괴롭습니다.
▶법륜스님 : 이럴 때는 길게 고민하지 말고 빨리 선택을 해야 합니다. 안 살려면 지금 빨리 헤어져야 해요. 이런 상태로 시간을 끌면 끌수록 가장 먼저는 내 인생이 피곤해지고, 그 다음으로는 자녀에게 좋지 않아요. 내 인생을 피곤하게 하는 것은 내가 책임지면 되지만 아직 어린 자녀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건 큰 죄가 됩니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보호받을 권리를 갖고 태어났어요. 그런데 부모가 아이들의 권리를 무참하게 짓밟았어요. 자기의 어떤 견해, 생각에 집착해서 아이들의 권리를 무참히 짓밟는 것은 굉장히 나쁜 태도예요. 그러면 나중에 자식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당하는 과보를 받게 됩니다.
만약 남편과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워하면서 살면 누구 손해예요? 이걸 아셔야 해요. 미워하면서 살면 내가 손해예요.
‘저 짐승 같은 인간’ 이러고 살면 내가 계속 짐승하고 한 이불 안에서 살아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내 아이의 아버지가 짐승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 애가 잘될 수가 없어요.
남편이 외도했다는 사실 때문에 몸에 손대는 걸 싫어하면서도 부부니까 관계를 맺고 살면 유방암이나 자궁암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열 배 이상 높아요. 결국 지금 남편을 미워하는 만큼 자기 자신을 해치고 있는 거예요.
아기를 가진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했는데, 이런 경우에는 차라리 외도 사실을 몰랐으면 제일 좋은데, 알아버린 게 병이 된 거예요.
이 경우 기본적으로는 남편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게 좋아요.
‘내가 아기를 가지고 있을 때 당신에게 그런 일이 있었구나.’
이렇게 이해해 주는 마음을 내면 오히려 자기가 편안해져요. 남편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면 내 건강을 해치게 되지만, 반대로 남편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우리 아이도 좋은 아이가 되요. 아버지가 좋은 사람이니까요. 만약 살다가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면 이때는 남편에게 오히려 참회를 하세요.
‘남편이 참회해도 받아줄까 말까 한데, 왜 내가 참회해야 하지?’이것은 어리석은 생각이에요. 남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이 상태에서 어떻게 행복해질 건가를 생각하라는 말이에요. 용서해 준다는 생각마저도 완전하지가 않아요. 놔버려야 합니다. 완전히 딱 놔버려야 해요. 남편의 지난 잘못을 약점으로 쥐고 있으면 약점을 이용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러다 보면 항상 저항이 따라요. 이걸 딱 놓아버리면 어때요? 남편은 자기 약점을 알기 때문에 아내에게 잘해요. 남편이 자기 약점을 알기 때문에 잘하려고 하는 걸 보고 오히려 불쌍히 여겨야 돼요.
‘아이고, 자기가 잘못한 줄 알고 잘하려 하는 게 너무 안 되었구나. 그 정도에 너무 기죽어 살지 마라, 괜찮아, 괜찮아, 남자가 기 좀 펴고 살아야지.’
이렇게 오히려 격려하는 마음을 내는 게 좋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예요. 어떤 누구도 나의 행복을 해칠 수 없을 만큼 스스로 서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남편 참 좋은 사람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 좋은 사람이랑 10년간 연애했고, 이 좋은 사람과 10년간 살았고, 우리 아이도 좋은 사람의 자식이고, 이렇게 되는 거예요.
‘남편이 짐승 같은 인간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짐승을 사람으로 잘못 봤고, 짐승하고 살았고, 애도 짐승 자식이고, 이렇게 됩니다. 스스로를 학대하는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생활에서 이렇게 자신을 학대하고 있습니다. 지금 남편을 쌀쌀맞게 대하는 것이 자신과 가족을 굉장히 힘들게 만들고 있는 거예요.
남편과 헤어지지 않고 살려면 탁 놓아버리고, 과감하게 사랑으로 감싸주는 게 훨씬 더 스스로에게 좋아요.
‘내가 너무 어리석었습니다. 내 생각에만 너무 빠져서 그동안 당신이 마음고생을 많이 했네요.’
이렇게 기도를 해야 내 마음속에 있는 미움과 부정적인 생각이 없어집니다. 이게 바로 카르마가 녹는 과정이에요. 이처럼 수행하면서 남편에 대한 미움을 버리고 스스로를 존엄한 존재로 만들어 가야 행복해지는 겁니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의 어머니 유화부인을 보세요. 유화부인이 처녀 때 동생하고 들판에 꽃놀이를 갔는데, 수염이 허연 영감이 하나 왔어요. 좋은 마차를 타고 신분이 아주 높은 사람이 타는 마차, 요즘으로 말하면 영감이 아주 좋은 차를 타고 와서 “난 해모수의 아들이다.” 이러면서 유혹했어요. 유화부인은 이 사람의 말을 믿고 같이 지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그 이튿날부터 아무 연락도 없이 사라진 거예요.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으니, 부모가 알고 난리가 난 거예요. 요즘 말하면 혼인빙자간음이에요. 부모는 외간남자를 만난데다 아직도 그 남자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딸을 집에서 쫓아내버렸어요.
마침 금와왕이 사냥을 나왔다가 이 처녀를 발견하고 궁으로 데려가서 두 번째 부인으로 삼았어요. 주몽은 두 번째 부인의 아들이니까 적자가 아니고 서자잖아요. 그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왕의 아들이 아니라는 소문까지 있었기 때문에 왕자이면서도 궁에서 천대를 받았어요.
그러나 유화부인은 “그는 해모수의 아들이다”라면서 늘 남편에 대해 공경하는 마음을 냈어요. 그리고 아들이 핍박을 당할 때 “너는 다른 왕자들보다 더 위대한 해모수의 아들이다. 너는 한 나라를 능히 세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라며 격려했습니다. 결국 주몽이 고구려를 세우지 않았습니까?
남편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가난하다고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에요. 엄마가 가난한 현실에 열등의식을 갖고 있을 때 아이가 가난에 열등의식을 갖게 되는 겁니다. 남편이 없기 때문에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남편이 없음으로 해서 엄마가 외로움을 타고 방황을 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유화부인은 한 남자와 하룻밤을 지냈어요. 솔직하게 말하면 사기를 당한 거잖아요. 하지만 본인이 상대를 완전히 믿어버리면 사기가 아니에요. 하룻밤 자고 간 사람도 믿고 평생을 섬기잖아요. 이런 믿음이 아들을 씩씩하게 성장시킨 거예요.
남편이 한 번 외도를 했다고 해서 자꾸 갈팡질팡하고, 두 마음 사이에서 변덕스럽게 행동하면, 자신을 비롯해 가족 모두에게 괴로움을 주게 됩니다. 아내로서의 역할만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엄마로서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자식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질문하신 분, 처음 질문하실 때는 눈물을 보이시더니,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눈물은 그치고 얼굴에는 편안함이 번집니다.
“제1의 화살을 맞을지언정 제2의 화살은 맞지 마라.”부처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고통을 주는 제1의 화살을 맞은 뒤, 스스로 그 고통을 되새김질해서 제2, 제3의 화살을 스스로에게 쏘지 말라는 거지요. 가정에서 남편이 한 번 외도를 한 것이 제1의 화살이라면, 아내가 매일 제2, 제3, 제4의 화살을 맞으며 스스로를 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요? 물론 남편이 외도한 사실이 잘했다거나 두둔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남편의 외도는 이미 과거에 일어난 사실이고, 그렇다면 지금 어떤 마음을 가져야 행복해질 수 있느냐는 문제이지요. 법륜스님의 답변처럼 마음을 돌이킬 수 있다면, 비록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곧 이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기쁨을 맞보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